본 연재는 미래경력개발원의 원장으로 계신 신상진님께서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많은 취업준비생들을 위해 들려준 진심어린 글을 필요한 더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본인의 허락을 받고 배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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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진 원장

 2. 취업의 관점을 바꿔라

 2-1. 직장인과 직업인의 차이 : 명함을 사는 것이 아니라 커리어를 사는 것이다.

  수많은 입사지원서를 써본 취업준비생들에게 묻고 싶다. 가슴에 손을 얹고 다음 질문에 냉정하게 대답해 보자. 나는 일평생 천직이라고 생각하는 직업이 있었나? 나는 진정 내가 원하는 업종과 직무를 정해서 해당기업의 입사지원서를 작성했는가? 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필자가 만나 본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대부분은 일단 취업을 위해 업종과 기업은 물론 직무마저도 일관성 없이 저인망식으로 지원해서 어디든 합격한 후에 기업을 선택을 하겠다는 성향이 많았기 때문이다.

  취업준비생의 심리상태를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는 가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저인망식으로 지원하면 합격의 확률은 떨어진다는 것이다. 설사 합격한다 하더라도 그 기업에서 오래 근무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많이 보아왔다. 통계에 따르면 신입사원이 1년 이내에 퇴직하는 비율은 23%가 넘는다. 대기업은 14%에 달하고 중소기업은 무려 48%를 넘는다. 그럼 어렵게 기업에 입사하고도 1년 이내에 퇴직하는 23%의 진실은 무엇일까? 감히 단언하자면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직장’을 선택하는 것에 그 원인이 있다. 그냥 좋아 보이는 기업 여러 군데에 입사지원서를 썼기 때문이다. 퇴사 이유는 조직과 직무적응 실패가 주요 원인이다. 즉 업종과 직무에 대한 이해가 없이 지원한 결과이다.

  이제는 평생직장이 아니라 평생직업의 시대이다. 운 나쁘게(?) 100세까지 살아야 한다면 몇 세까지 일을 해야 제대로 노후를 보낼 수 있겠는가. 재수 좋게 60세 정년까지 일하더라도 은퇴 후 10년 이상은 자기 커리어를 활용해 계속 일할 수 있어야 좋은 노후가 보장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60세 정년까지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얼마나 되겠나. 공무원, 교사, 공기업 직원, 대기업의 생산직 노동조합원 정도 아니겠나. 고교 시절 수능을 위해 야간자율학습이다, 학원이다 얼마나 고생했는가. 부모의 뜻과 성적에 맞춰 대학과 전공을 선택하고, 입학 후에는 취업 스펙 쌓는다고 노심초사했을 것이다. 그런데 대학은 성적에 맞춰 진학할 수 있어도 취업은 스펙에 맞춰 입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따라서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면 자신의 인생과 진로를 스스로 설계해야 한다. 자신의 커리어를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 부모도 자식의 회사에 대신 출근할 게 아니라면‘어느 회사가 좋다고 하드라’‘어느 회사에 지원해 봐라’따위의 압박은 그만해야 한다. 이제는 학부모가 아닌 부모로서의 역할과 지원만 해줘도 충분하다. 아니 그렇게 해야만 사랑스런 자녀가 독립적이고 자기 주도적 인생을 살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다.

  기업은 더 이상 지원자의 스펙만 보고 채용하지 않는다. 취업은 학업의 연장선에 있지 않다. 바꿔 말하면, 공부에 중점을 둔 취업 준비는 큰 의미가 없으며 공부와 관련된 스펙이 뛰어나지 않더라도 좌절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기업은 학교와 달리 공부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일 잘하는 사람,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기업의 이런 요구에 부응하려면 점수에 치중한 스펙관리는 더 이상 필요 없다. 직무역량과 인성에 중점을 둔 자기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는 어떤 사람이며, 나의 역량은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야만 목표와 진로를 정할 수 있다.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단지 좋아 보이는 분야가 아닌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정한 목표를 향해 자신의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극대화시켜 역량과 인성을 갈고 닦으면 취업은 쉬워진다.

  이미 스펙의 함정에 빠진 학생들은 이를 부인하거나 빤한 소리라고 무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채용시장의 현실이 그렇다. 시장에서 구매자의 행태가 변화한 것이다. 마구잡이식 스펙 쌓기보다는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고, 열정을 가질 수 있는 업종과 직무부터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직무가 요구하는 역량 및 스펙을 맞춤형으로 준비한다면 취업의 성공 확률은 훨씬 높아진다. 각 직무의 구분 및 직무수행에 필요한 역량은 ‘국가직무능력표준’ 사이트(www.ncs.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부가 만든 웹사이트 중 그나마 제대로 만든 사이트다.

  2-2. 평생직장은 없다, 평생직업만이 있을 뿐이다 : 노후를 보장하는 직장은 없지만 직업은 평생 간다.

  명예퇴직이다, 희망퇴직이다 해서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여전하다. 어차피 70년대, 80년대의 고성장시대가 아닌 저성장 기조에서는 불가피한 일이다. 세상 어느 급여생활자에게 명예로운 퇴직이 있고, 퇴직을 희망하는 샐러리맨이 있겠는가. 퇴직 후 재취업이 어렵고 자영업도 쉽지 않으니, 근무조건이 악화되더라도 참고 버티는 것이다. 한국 기업 3천개의 평균수명이 17년이라는 통계도 있다. 산술적으로는 어느 직장도 나의 정년까지 보장해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기업이 몇 개나 되는가. 두산, 동화약품, 몽고간장, 광장시장, 보진재 등 5개 기업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직장은 나의 노후를 보장해 주지 못하지만 직업은 평생 갈 수 있다. 직업은 직장을 떠나서도 자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성과를 창출함으로써 수입을 확보하는 것이다. 명예퇴직을 한 사람에게 직업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백수라고 답한다면, 그 사람은 직업인이 아니고 그냥 직장과 상사에게 충성을 다했던 직장인이었던 것이다. 직장은 예금통장의 표지에 불과한 반면, 직업은 저축의 잔액인 것이다.

  취업도 마찬가지다. 직장인이 되는 것이 아니고 직업인이 되는 첫걸음이다. 나를 뽑아줄만한 회사에 무작위로 지원하기 보다는, 나의 평생직업에 도움이 될 회사와 직무에 지원하자. 훨씬 멋져 보이고 평생직업으로 가는 첫걸음이다. 인생 백세시대는 축복이 아니고 재앙일 수도 있다. 백세 수명을 축복으로 만들고 아름다운 노후를 위해서는 평생직업이 절실한 것이다.

  취업준비생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나. 일하고 싶다는데 일거리 못 만들어준 기성세대의 잘못이 크다. 어렵고 고통스러운 취업과정이지만 그 또한 그대들의 자산이다. 그리고 그대들이 미래의 주역이고 희망이다. 틀림없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