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수학능력시험을 50여일 남겨둔 채 길고 긴 추석연휴가 시작된다. 열심을 낸다고 해서 공부가 잘 될 리도 없고 그렇다고 맘 편히 놀 수도 없는데 수험생들에게 더 큰 스트레스가 될지 모르는 열흘의 시간. 마지막 질주를 위한 에너지를 집중하는 중간점검의 시기로 잡아보면 어떨까? 이에 수험생과 그 가족들을 위해 도움이 될 2편의 기사를 연속 게재한다. 첫 번째는 재현고등학교 진로진학부장 신영환 선생님과의 인터뷰로, 복잡한 대입전형을 간략히 정리해 이해를 돕고 2018학년도 수능의 특징을 이야기 나눠보았다.

재현고등학교 진로진학부장 신영환 선생님 (사진: 김혜령 기자)

Q. 수시와 정시 전형이 매우 복잡한데, 간단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A. 수시와 정시라는 명칭은 원래 모집시기로 구분한 것입니다. 수시로 뽑는다고 해서 수시, 정해진 기간에 선발한다고 해서 정시라고 이름을 붙였는데, 지금은 기간으로 나누는 것보다 선발 기준에 따라 구분하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여기서 수시는 ①학교생활기록부 교과 전형과 ②학교생활기록부 종합 전형, ③논술 전형, ④실기 전형의 4가지로 나뉘며, 정시는 ⑤수능위주, ⑥실기 위주의 2가지로 크게 분류됩니다.

Q. 학생부 교과전형과 학생부 종합전형. 둘 다 비슷한 것 같은데, 어떤 차이가 있나요?

A. 학생부(학교생활기록부) 교과전형은 교과성적(내신)을 위주로 하는 선발방식입니다. 학교, 학과에 따라 교과성적만으로 선발하거나 면접을 보기도 하고, 수능최저등급 조건을 두기도 합니다.

이와 달리 학생부 종합전형은 교과부분과 비교과 부분을 함께 평가하는 전형입니다. 비교과 영역에는 자율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 동아리활동, 독서활동 등이 평가에 반영됩니다. 학생부 교과전형과 비교하면 성적중심의 정량평가가 아니라 정성평가라는 점입니다. 기계공학과에 지원한 학생인데 국어와 영어 성적이 약간 떨어지고 수학과 물리 성적이 높다면, 이 학생은 이공계 쪽 적성이 더 높은 것으로 보여질 수 있습니다. 비교과 활동까지 포함하면 학생부 종합전형에서는 이런 학생이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어요.

(정리: 김혜령 기자)

Q. 지난 9월 15일자로 2018학년도 대입 수시전형 원서접수가 마감되었습니다. 예년에 비해 올해는 어떤 분위기인가요?

A. 올해도 작년과 다르지 않습니다. 대입정책 3년 예고제가 있어 입시전형이 급변하지는 않습니다. 올해도 3년 전에 예고된 바에 의해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나 대입정책이 워낙 복잡하기 때문에 매번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수시와 정시만 있다고 생각하는데 전체 대입전형은 6가지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습니다.

Q. 작년과 제도적으로는 다르지 않더라도 수험에 임하는 학생들 입장에선 또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있을 것 같은데요?

A. 물론 그렇습니다. 학령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대학에서 정원을 감축시키고 있는데 올해 입학정원은 작년 선발인원보다 3,420명 줄어들은 상태입니다. 각 전형별 선발 비율을 살펴보면 작년보다 수시선발 비율도 증가했습니다. 작년에는 69.9%였는데 올해 전체 대학정원의 73.7%가 수시를 통해 선발됩니다. 또 수시에서 논술고사를 치는 학교와 인원은 줄었지만, 적성검사를 하는 학교와 인원의 늘어났습니다. 이밖에 차상위 계층이나 국가유공자 등을 배려한 고른기회전형 비율도 증가했습니다.

Q. 가장 큰 변화는 어떤 건가요?

A. 올 해 가장 큰 이슈가 된 것이 수능 영어 절대평가입니다. 원래 상대평가를 바탕으로 등급을 매겼으나 90점을 넘으면 1등급, 80점을 넘으면 2등급, 이런 식으로 원점수를 바탕으로 등급을 정하게 되었습니다. 영어가 사교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이렇게 결정된 것입니다.

이로 인해 입시의 판도가 크게 변했습니다. 수시도 수능 최저등급 충족조건이 있어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정시에 비하면 영향력이 약한 편입니다. 정시의 경우는 전 과목 수능점수가 다 반영되기 때문에 영어 과목의 변별력이 떨어지게 되면 정확한 선발 기준이 사라지게 됩니다. 따라서 대학 입장에서는 입학생 선발을 위해 수시 비중을 더 높이게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 고려대 논술 폐지가 큰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작년까지 고려대가 논술을 통해 뽑은 인원이 1,000명 가량이었는데, 이 인원을 모두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선발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는 상위권 대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새로운 기회로 작용될 수 있습니다.

(정리: 김혜령 기자)

Q. 고려대가 논술전형을 모두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바꾸었다는 건 놀라운 일이군요. 그런데 학생부종합전형의 경우, 평가기준에 대한 논란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A. 물론 학생부 종합전형의 기준이 다소 애매할 수 있습니다. 대학마다 평가기준이 미묘하게 차이를 보이고 있어서 더 그렇기도 합니다. 그래서 학생부 종합전형은 ‘금수저 전형’, ‘깜깜이 전형’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습니다. 정보력에 따라서 입시의 성패가 갈리기 때문입니다.

아주 드문 경우지만, 일부 부유층 학부모들이 사람을 고용해 외부 경진대회 등에서 입상을 하게한 후 학생부에 반영케 하는 등 언론에 의해 밝혀지며 문제점이 지적되기도 했습니다. 또 어떤 학교에서는 공부 잘 하는 학생들에게 상을 몰아서 줘 물의를 빚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금수저 전형’이라는 말이 나온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전교 1등도 비교과활동에서 대학이 원하는 충족시키지 못하면 입시에서 떨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의미로 ‘깜깜이 전형’이라 하기도 한 것입니다.

Q. 내년도 수험생이 될 지금의 고2학생들을 위해 여쭤보겠습니다. 수시 준비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요?

A. 앞서 설명한 것처럼 수시는 매우 복잡하고 준비해야 할 것이 많습니다. 그러나 입학정원의 73.7%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냥 넘길 수는 없습니다. 입시는 같은 고3끼리만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재수생들도 경쟁에 참여하게 됩니다. 재수생들은 정시비중이 높고, 수시를 치르더라도 논술전형에 지원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에 학생부 종합전형의 경우 재학생에게 훨씬 유리한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동아리활동, 발표 대회, 탐구 대회 등의 성과는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두드러지는데, 재수생의 경우 이런 성과를 보여주기가 애매하기 때문입니다.

Q. 진학지도하시면서 이번 입시가 힘든 부분이 있다면 어떤 부분인가요?

A. 역시 바뀐 영어 절대평가가 진학지도에 있어 어려운 요소입니다. 매년 전년도 데이터를 활용해 학생들의 입시 결과를 예상할 수 있었는데, 올해는 예측이 어렵습니다. 이런 점은 학생 상담에도 어려움으로 작용합니다.

입시설명회장을 가득 채운 학부모님들 (재현고등학교 제공)

Q. 현행 입시제도가 선생님들의 업무도 힘들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입시제도 전반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요?

A. 복잡한 입시제도이지만, 학생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주기 위해서 다양한 전형을 유지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교육부에서 대학들에게 논술을 폐지하라고 요구하지만, 논술은 고차원적 문제해결력을 요구하는 장점이 있어 지금과 시대의 인재상을 가리는데 좋게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또 학생부 종합전형은 자기의 진로와 꿈을 위해 노력하는 것을 응원하기 때문에 고교 1학년부터 자기 길을 가고자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됩니다. 실패를 딛고 도전하는 재수생들, 뒤늦게 공부에 열정을 불태우게 된 학생들을 위해서는 정시 전형처럼 수능성적만으로도 기회를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이처럼 교육이 다양한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Q. 이모저모를 잘 설명해주셔서 많은 부분 이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수험생 뒷바라지를 하려면 더 자세한 내용을 알아야 할 것 같은데요, 학부모님들도 복잡한 입시제도로 인해 힘들어하지 않으시는지요?

A. 입시설명회를 한 번도 가보지 않으신 분들은 전체 맥락을 이해하지 못해 많이 힘들어하십니다. 입시에 관심이 많은 부모님들은 자녀가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정보를 얻으러 다니십니다.

저희 재현고의 경우, 정보가 부족한 학부모님들을 위해 입시설명회와 학부모 진로진학 아카데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재현고에 자녀를 둔 부모님 외에도 관심있는 학부모님들이 많이 참여하십니다. 입시설명회는 200~300분 정도, 4주 과정의 진로진학 아카데미도 100여 분 정도 참석하십니다.

입시를 앞둔 자녀가 있는 부모님들께서는 꼭 입시설명회를 가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가까운 학교나 교육기관을 찾아보시고요, 직장생활하는 분들을 위한 저녁 프로그램도 개설되는 곳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