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초등교과서 한자(漢字) 병기 부활 유감(遺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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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초등교과서 한자(漢字) 병기 부활 유감(遺憾): 2015.07.02 10:49 입력

교육부가 2018년부터 초등학교 3학년 이상 교과서에 한자를 한글과 병기할 계획을 밝힌 후 찬반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교육부 정책이 시행되면 한자는 1970년  한글전용화정책이 시행되면서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사라진지 48년 만에 ‘부활’하는 것이다.
   교육부의 방침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한자를 알아야 동음이의어 등을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며 어휘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글학계와 관련 단체들의 반대도 만만찮다. 교육부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한글만으로도 우리말과 글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며 한자를 병기하면 관련 사교육이 증가해 학생들의 학습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만장일치로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 철회’를 교육부에 건의하기도 했다. 이는 교육현장에서는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 반대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점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자병기를 찬성하는 쪽의 의견도 수긍이 가는 점이 분명 있다. 교육부에서 한자를 병기하기로 결정한 것은 갑자기 즉흥적으로 결정한 일이 아니라는데 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반세기 이상 한글 전용 정책을 펴온 결과 많은 문제점을 초래한 것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결정한 것이다. 
   그동안 한글 전용 정책으로 인해 드러난 문제점 중 대표적인 것이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3개국 중 문해력(文解力)이 최하위로 떨어지게 됐다는 점이다. 이러한 결과는 국어어휘 70% 이상이 표의성 한자어임에도 불구 발음만을 표기하는 언어생활을 이어온 결과다. 또 전국 대학의 장서(藏書) 90% 이상이 국한문 혼용으로 돼 있는데, 대학생들이 읽지 못해 도서관 책들이 거의 사장(死藏)되고 있는 심각성도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우리의 성씨는 모두 한자로 쓰이고 있는 등 수천 년 동안 일상 문화생활에 한자를 기본으로 하는 언어생활을 영위해 왔다는 점에서도 한자 공부는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문제다. 
   반면 한자병기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두 가지 이상의 글자를 뒤섞어 쓰는 나라는 일본뿐인데, 가장 완벽한 글자를 가진 우리가 그 예외적인 불구의 문자생활을 할 필요가 있는 냐는 것이다. 발랄하게 창의력을 키우며 자라야 할 아이들에게 서당공부 하듯 한가하게 한자말의 어원 풀이나 하라는 것이라는 주장도 편다. 
   그들은 영어 스펠링이나 어원을 몰라도 ‘서비스’라는 외래어를 자연스럽게 알고 쓰듯이 배울 학(學), 학교 교(校)자를 가르치지 않아도 말하고 듣는 과정에서 ‘학교’라는 말을 절로 알게 되고, 국어를 가르치는 게 낱말의 어원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우리말을 장면에 맞게 아름답게 부려 쓸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자 병기 반대론자들은 또한 오랜 세월 한자문화 속에 살아온 한국인이 한자를 아는 것은 중요하다고 보지만 초등학교 국어책에 한글과 함께 써서 가르쳐야 할 정도로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좀 더 전문적인 전통문화를 이해하는 데 필요하기 때문에 중고교에서 국어 과목과는 별도로 한문 과목으로 가르치고 배워야 한다는 논리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교육 현장에서 새로운 제도가 시행되면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새로운 사교육시장의 형성’이다. 반대론자들은 초등학교에서 중학교에 이르기까지 한글과 한자가 혼용되면 한자 사교육 시장이 더욱 번창할 것이고 한자급수 인증시험 응시자도 더욱 많아져 찬성론자들이 주도하고 있는 인증시험의 수입이 더욱 풍성해질 것이라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당초 교육부의 계획대로라면 한자병기가 시행되기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남아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 제도 도입을 두고 찬반양론의 의견이 맞서고 있지만 남은 시간동안 합리적이 방안이 나와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의 언어생활에서 한자 병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외국어 남용으로 인한 한글의 위상추락이다. 방송에서 뜻도 불분명 외국어가 난무하고 가요 제목은 외국의 노래를 보는 듯 외국어가 판치는 현실은 또 어떻게 해결한 것인가? 
   한자병기는 찬반양론이 있음에도 불구 공론화가 됐다는 점에 그마나 다행이다. 외국어의 난립과 남용 문제는 교육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물론, 어느 누구도 문제제기 조차 하지 않는 한심한 상황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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