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시기에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중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제87호, 1948년, 147개국 비준), ‘단결권 및 단체교섭 협약(제98호, 1949년, 156개국 비준), ’강제노동에 관한 협약(제29호, 1930년, 171개국 비준), ‘강제노동 철폐 협약(제105호, 1957년, 167개국 비준)을 비준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어서 지난 5월 24일에는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대표 발의) 등 27인 의원이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87호와 98호의 비준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의했다. 또한 한국일보와 머니투데이 등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5월 25일 고용노동부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전교조와 연관된 ILO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제87호) 등의 비준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2.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새 정부가 ILO 협약 비준을 통해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3. 촛불혁명의 열망을 받아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그 동안 유예되었던 ILO 협약의 비준 처리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전교조는 1989년 5월 28일 결성 당시 사실상의 ‘군사정권’에 의한 모진 탄압 속에 1,527명 교사들이 해직을 당하는 큰 아픔을 겪었고 1999년 합법화 이전과 이후에도 노동조합 활동을 지속적으로 방해받아 왔기에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이 오랜 숙원이었다. 국제법상의 효력 발효와 국내법의 연동 개정은 노동조합에 대한 적대와 탄압이 일반화된 한국 사회의 오랜 적폐를 청산하고 노동‧인권 탄압국가라는 오명을 벗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4. 그러나 ‘현재진행형’인 전교조 법외노조 탄압 문제를 ILO 협약 비준을 통해 해결을 하려는 계획이라면 현실 감각을 결여한 한가한 발상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법외노조화는 전교조에 대한 터무니없는 증오심과 삐뚤어진 사회관이 빚어낸 박근혜 국정농단 집단의 ‘폭력 행정’이었다. 고용노동부의 2013년 10월 24일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 통보」는 박근혜 적폐가 분명하므로 새 정부의 고용노동부에 의해 ‘지금 당장’ 철회되어야 마땅하다. 고용노동부가 ILO 협약 제87호 비준 추진을 법외노조 문제 해결의 우회로로 선택하여 시간을 끌 요량이라면 크나 큰 비판과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박근혜 집단의 하수인으로서 가공할 폭력 행정을 자행했다면 반성하고 스스로 거둬들이는 게 행정 관청이 취할 도리다.

5. 새 정부는 5월 25일 행정부의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수용률을 높인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전교조에 관련된 국가인권위의 입장 발표가 두 번 있었던 바, 지금이야말로 국가인권위의 권고를 적극 수용할 때다. 국가인권위는 이명박정권 당시인 2010년 10월 20일, 노조원 자격에 해고된 자를 포함하도록 노조법을 개정하고 노동조합 지위를 부정하는데 악용될 수 있는 시행령도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법외노조 통보 이틀 전인 2013년 10월 22일에는 위원장 성명을 통해 “조합원 자격 때문에 노동조합 자격을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단결권과 결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재강조하면서 기존 권고의 이행을 촉구했다.

6. 국제사회 역시 전교조 탄압에 대해 지속적으로 우려를 표명하고 개입, 권고해왔다. 특히 법외노조화 이후인 2014년 3월 국제노동기구(ILO) 이사회가 채택한 ‘결사의 자유 위원회’의 권고에서 “정부가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설립신고 인정을 촉진하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설립신고 재인정을 보장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지체 없이 취하고 이를 위원회에 보고할 것을 촉구”했었다.

7. 지난 5월 29일에는 세계 최대 노동조합 연합체인 국제노총(International Trade Union Confederation, ITUC)의 샤란 버로우(Sharan Burrow) 사무총장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을 방문한 자리에서 조창익 전교조 위원장을 만나 법외노조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적 협력 방안에 대해 대화했다. 이어서 30일에는 춘천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면회하고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국제노총 사무총장은 “문 대통령은 ‘법외노조화된 전교조 상황을 확실히 이해하고 있고, 공무원의 노조할 권리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와 동행한 요시다 쇼야 국제노총 아태지역 사무총장은 “노동억압적인 정책은 중단되어야 한다. 사회적 대화를 위한 구조의 수립과 함께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와 공공부문 노동자에게 동등한 권리 인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국제적인 관심 속에 법외노조 문제가 조만간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의 의제로 다루어질 가능성도 있다.

8. 결국 정부의 당면 과제는 국제 사회의 권고대로 “모든 조치를 지체 없이 취하는 것”이며, 그 첫 단추는 고용노동부의 법외노조 철회와 교육부의 임의의 후속조치 취소를 ‘지금 당장’ 이행하는 것이다. 이어서 ILO 협약 비준, 교원노조법 등 법률과 시행령 개정으로 노동3권을 온전히 보장하는 과제를 속행하면 된다. “현 단계에서 가장 빠른 해결책은 고용노동부 장관이 내렸던 법외노조 처분을 취소하는 것이다. 국제법상으로도 법외노조 처분은 옳지 않다.” 헌법학자 김승환 전라북도교육감이 정부에 남긴 충고이자 당부다. 지금은 모로 가지 않고 직진할 때다.

9. 박근혜정권의 2013년 10월 24일 자 ‘공문 한 장’에 의한 법외노조화 이후 본안 소송과 가처분을 합해 법적 지위가 7번이나 바뀌는 가운데 전교조 교사들은 극심한 고통과 피해를 입어왔다. 작년에 34명이 해고되었고 자칫하면 올해 16명이 추가로 해고될지 모른다. 5만 명이 훌쩍 넘는 전교조 교사들이 1만 2천개의 학교에서 오늘도 고군분투 중이다. 언제까지 수많은 교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을 것인가? 새 정부가 교육혁신을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