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은 다사다난한 사건들이 연속된 해였지만, 그리스도인들에게 특별한 한 해다. 종교개혁 50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1517년 10월 31일 마틴 루터가 비텐베르크 대학의 대자보에 면죄부에 대한 95개조의 항의문을 게재하면서 종교개혁이 시작됐다.
¶ 마틴루터의 신학논쟁, 종교개혁의 불을 당기다
마틴 루터는 아우구스티누스 학파의 수도사로서 비텐베르크와 에어푸르트에서 신학공부를 마친 후 1512년 비텐베르크 대학의 교수로 부임한 카톨릭 신학자였다.
그러나 1517년 독일 마인쯔 대주교의 명령에 따라 시민들에게 면죄부를 판매하던 테젤에게 강하게 항의하는 한편 “면죄부가 인간의 죄사함의 효력이 없다”며 시민들에게 설교하여 충돌하였다. 그러다가 동년 10월 31일 면죄부의 효력 문제를 정식으로 신학적으로 논쟁해 보자는 취지에서 95개조의 반박문을 자신의 대학교에 대자보로 붙이며 면죄부 문제를 공론화 했다. 이 후 루터는 면죄부 효력에 대해 강한 의문과 부정의 주장을 펼치면서 3년 간 신학적 논쟁을 이어갔다.
1520년 바티칸에서 루터에 대한 종교재판이 열렸고 1521년 1월 3일 결국 루터는 카톨릭에서 파문당했다. 같은 해 4월 독일의 찰스5세에 의해 의회로 소환당한 루터는 독일 귀족들로 구성된 의원들에게 자신의 저술과 면죄부의 허구성 주장에 대해 번복을 강요받았다.
그러나 그 다음달부터 바르트부르크에서 11개월 동안 70인역 본 신약성경을 기초로 독일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 결과 루터의 독일어 신약성경은 1522년 9월에 정식으로 출간했다. 또한 1534년 구약성경 독일어 번역본을 출간하여 신구약 독일어 성경을 완역하는 업적을 남겼다.
그러나 마틴 루터가 종교개혁을 완성했거나 유일한 선각자인 것은 아니다. 마틴 루터는 면죄부 판매, 교황의 정치적 교권, 연옥설 등 성경에서 말하지 않는 일부 교리들을 폐지하는 식으로 수정한 채 카톨릭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생각했다. 본래 루터의 의도는 카톨릭의 적폐청산과 일부 불투명한 교리들의 수정을 통한 교회갱신을 목표로 한 것이다.
실제로 카톨릭을 벗어난 완전한 개신교회는 오히려 존 칼뱅과 쯔빙글리 등에 의해서 추구되었다. 또한 루터가 카톨릭과 교황의 적폐를 비롯해 예수그리스도와 여호와 하나님을 후기 로마제국의 주신이었던 태양신과 동일선상에 놓고 있는 문제를 정식으로 지적하고 대항한 최초의 사람도 아니었다. 루터 이전에도 얀 후스 등 성경과 삼위일체 하나님만을 섬겼던 이들이 존재했다. 그런 점에서 루터의 95개조 반박문이 시작된 1917년 10월 13일을 종교개혁일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루터 이전 믿음의 순교자들은 신앙의 지도자인 성직자의 교권에 대한 개인적 차원의 대항에 불과했다. 1517년 10월 31일을 종교개혁 시작일로 인정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루터가 교황과 카톨릭의 적폐를 제도권 내에서 공론화 했다는 점과 성직자 및 일부 계층의 특권이었던 성경의 말씀을 일반 서민들에게 개방했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루터의 독일어 성경번역은 카톨릭의 고위 성직자들에 의해 가로막혀졌던 모든 사람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자유롭게 믿을 권리, 성경에 자유롭게 접근하고 읽을 권리, 예수님의 십자가 대속을 통해 모든 일반 교인들에게 향한 하나님의 의를 마음껏 누릴 권리를 막아왔던 카톨릭의 교황권에 의문을 제기하고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기도하고 예배드릴 수 있음을 선포한데 의의가 있다. 이후의 종교개혁은 루터, 깔뱅, 쯔빙글리 등으로 성경 말씀을 직접 접한 그 시대 평신도들 전체가 예수 그리스도와 모든 교인 개개인과의 소통, 즉 경배와 축복을 중간에서 가로채고 있던 교황권에 대한 전면적 대항(Protestant; 프로테스탄트)으로 이어졌다.
종교개혁이 루터로부터 시작됐다고 하지만, 루터가 종교개혁을 완성한 것은 아니고 여러 장소에서 여러 지도자를 통해 다양한 형태로 등장했음에도 공통점이 발견되고 있다. 하나님을 이 세상의 창조주이자 유일신으로 인정하며, 예수 그리스도로 인한 구원의 유일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예수와 사람에 대해 조언, 대리, 강제 등 어떠한 형태로든 간섭할 수 있는 존재 즉 교황권을 전면 부정하며 오직 성경에서 말하는 기본진리를 강조한다.
¶ 313년 ‘밀라노 칙령’, 기독교로 태양신교를 저격하다
1517년 10월 31일의 루터의 95개조 반박을 기억하고 중요시 여겨야 하는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카톨릭의 정체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한다. 일반적인 상식에서 생각하기에 종교모임은 “해당 종교인들이 자신이 믿는 신에 대한 믿음과 가르침을 중심으로 모인 곳”이다. 교회에서 부처를 섬기지 않고, 불당에서 여호와 하나님께 찬송하지 않는다. 이슬람 사원에서 예수가 유일한 구원자라고 가르치지 않는다. 이는 당연하게 생각되는 것들이다. 그런데 카톨릭의 시작은 그렇지 않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예수를 유일한 구원자이자 성자 하나님으로 믿는 기독교인들의 모임을 로마 황제와 야합한 태양신 사제들에게 탈취당해서 만들어진 기형적 종교였던 것이다. 이는 313년 로마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밀라노 칙령’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밀라노 칙령은 소위 기독교 공인 칙령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그 내용만으로 보면 예수 그리스도를 하나님으로 믿는 기독교인들에 대해 신앙적 자유를 허용하고 있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마치 바울이 다메섹으로 가는 길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직접 대면한 것과 같은 경험을 한 후 황제로 등극하게 됐고 그로 인해 그리스도교에 우호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그러나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기독교와 그리스도를 태양신의 또 다른 형태로 이해하는 결정적인 오류를 저질렀다. 이는 당시 황궁과 원로원을 장악한 솔 인박투스 교 최고위 사제들의 영향이었다. 역사에 따르면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자신이 죽을 때까지 그리스도와 태양신을 동일하게 여겼다. 그래서 콘스탄티누스는 자신을 황제로 만들어 준 그리스도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313년 밀라노 칙령을 반포하고 자신의 황궁 옆에 320년 성 베드로성당을 헌정했고 그 후 321년에는 Sunday 칙령을 반포하기에 이르렀다. 콘스탄티누스의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잘못된 이해는 태양신교의 부활과 기독교회의 타락 및 변질의 근원이 됐다.
실제 콘스탄티누스가 313년 기독교를 정식 종교로 공인했지만, 321년 예수그리스도께서 부활하신 날을 ‘태양의 날’ 즉 ‘Sunday’라고 선언하고 안식일의 안식의무를 이 ‘태양의 날’에 하도록 했다. 또한 태양신 제전일인 12월 25일 태양을 위한 제사의식을 치름과 동시에 그 날을 그리스도의 성육신일로 공식 지정하였다. 그러므로 321년은 기독교 공인으로 인해 교세가 꺾이던 로마의 국교인 솔 인박투스 교의 부활의 날이자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참 기독교에 대해서는 1000년 환난의 시작이었다.
결국 참 그리스도인들이 로마제국 내에서 마음껏 신앙의 자유를 누린 시간은 313년부터 320년까지 8년에 불과했다.
[작가 박현군 / 저서 "이건희의 고민". 전 교회연합신문, 전 브레이크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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