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라노 칙령과 콘스탄티누스의 신앙적 배경
로마제국 내에서 그리스도교인들에게 마음껏 예수를 믿고 전도할 수 있는 신앙의 자유를 준 313년 밀라노 칙령과 솔 인박투스를 부활시킨 321년 ‘Sunday 칙령’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밀라노 칙령의 결과로 로마에 거주하는 예수의 제자들은 예수가 하나님이시며 우리의 구주이심을 당당하게 밝히고 선포할 수 있는 자유를 획득했지만, 엄밀히 말해 그리스도교를 공인한다거나 국교로 삼은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아우렐리우스 황제에 의해 확립된 솔 인박투스교의 국교화를 폐지한다는 칙령으로 모든 로마제국민들에게 종교의 자유를 되돌려 준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밀라노 칙령 전문]
전부터 우리(콘스탄티누스와 리키니우스) 두 사람은 신앙의 자유를 방해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왔다. 뿐만 아니라 신앙은 각자 자신의 양심에 비추어 결정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왔다.
따라서 우리 두 사람이 통치하는 제국 서방에서는 이미 기독교도에 대해서도 신앙을 인정하고 신앙을 깊게 하는 데 필요한 제의를 거행하는 자유도 인정했다. 하지만 이 묵인 상태가 실제로 법률을 집행하는 자들 사이에 혼란을 불러일으켰고, 따라서 우리의 이런 생각도 실제로는 사문화되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정제 콘스탄티누스와 정제 리키니우스는 제국이 안고 있는 수많은 과제를 의논하기 위해 밀라노에서 만난 이 기회에 모든 백성에게 매우 중요한 신앙 문제에 대해서도 명확한 방향을 정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그것은 기독교도만이 아니라 어떤 종교를 신봉하는 자에게도 각자가 원하는 신을 믿을 권리를 완전히 인정하는 것이다. 그 신이 무엇이든, 통치자인 황제와 그 신하인 백성에게 평화와 번영을 가져다준다면 인정해야 마땅하다. 우리 두 사람은 모든 신하에게 신앙의 자유를 인정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며 최선의 정책이라는 합의에 이르렀다.
오늘부터 기독교든 다른 어떤 종교든 관계없이 각자 원하는 종교를 믿고 거기에 수반되는 제의에 참가할 자유를 완전히 인정받는다. 그것이 어떤 신이든, 그 지고의 존재가 은혜와 자애로써 제국에 사는 모든 사람을 화해와 융화로 이끌어 주기를 바라면서.
- 지 령 -
우리 두 사람이 이렇게 결단을 내린 이상, 지금까지 발령된 기독교 관계 법령은 오늘부터 모두 무효가 된다. 앞으로 기독교 신앙을 관철하고 싶은 자는 아무 조건도 없이 신앙을 완전히 인정받는다는 뜻이다.
기독교도에게 인정된 이 완전한 신앙의 자유는 다른 신을 믿는 자에게도 동등하게 인정되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우리가 완전한 신앙의 자유를 인정하기로 결정한 것은 그것이 제국의 평화를 유지하는데 효과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고, 어떤 신이나 어떤 종교도 명예와 존엄성이 훼손당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것을 훼손당하는 일이 많았던 기독교도에 대해서는 특히 몰수당한 기도처의 즉각 반환을 명하는 것으로 보상하고자 한다. 몰수된 기도처를 경매에서 사들여서 소유하고 있는 자에게는 그것을 반환할 때 국가로부터 정당한 값으로 보상이 이루어진다는 것도 여기에 명기한다.
313년 6월 밀라노에서 로마의 두 황제 콘스탄티누스와 리키니우스가 공표 로마는 본래 다신교 국가였다. 이는 종교의 자유가 철저히 보장된 나라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신약성경을 살펴보면 로마는 제정 초기 즉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 황제와 옥타비아누스 황제 시절까지 자신들이 지배한 지역의 종교(인)를 인정했음을 알 수 있다.
유대인들이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요구할 때에도, 로마의 총독 빌라도는 유대인들의 의사를 존중하여 예수를 내어줬다. 사도행전 26장 30절~32절에는 바울이 유대인들의 참소를 받고 로마로 압송되기 전, 분봉왕 헤롯 아그립바와 로마 베스도 총독과 버니게가 바울의 변론을 들은 후 나눈 대화가 기록되어 있는데,. 여기에도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전파하는 것이 로마법에 의거할 때 죄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아우렐리우스 황제는 약해져 가는 황권을 강화하기 위해 당시 제국 내에 가장 왕성한 교세를 구가했던 솔 인박투스 교를 황실의 종교로 삼고 국교화했다. 그리고 태양신의 존재와 황제의 신성을 선언한 로마황실을 부정하는 기독교를 말살하는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던 것이다. 밀라노 칙령은 이같은 솔 인박투스 국교화를 철회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솔 인박투스의 사제들은 여전히 황실과 원로원의 주류세력으로 남아있었다.
밀라노 칙령 당시에도 콘스탄티누스(서로마)와 리키니우스(동로마) 황제는 (유일한 신인) 하나님을 인정하는 기독교인의 신분이 아니었고 “황제가 태양신의 아들 혹은 태양신의 대리자로서의 신성을 가지고 있다”는 황실종교의 입장을 고수한 사실상 태양신교도였다. 콘스탄티누스가 예수를 만나는 경험을 한 이후에도 그리스도를 솔 인박투스의 유대민족 식 이름 쯤으로 여기며 여전히 태양신교도로서 있었다.
콘스탄티누스가 기독교로 개종하게 된 배경은 황권의 경쟁자인 막센티우스를 몰아내기 위해 로마로 진격하면서 기독교인들의 하나님에게 도움을 구한 데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콘스탄티누스는 꿈 속에서 하늘에 나타난 십자가를 보았고 “이 표적으로 정복하라”는 음성을 들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인 312년 10월 28일 콘스탄티누스는 자신의 군대의 방패들에 십자가를 그려 넣게 한 후 막센티우스 군대를 무찌르는데 성공했다. 이 체험이 콘스탄티누스에게는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이 진실임을 알게 됐다. 그러나 콘스탄티누스는 여호와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가 솔 인박투스와 로마의 다른신들과는 다른 유일신이시며 참 신이라고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는 “기독교도가 믿는 그리스도라는 신이 다른 신들보다 우월한 역량을 가진 신”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결국에는 “세상을 밝히며 에너지의 근원을 제공하는 저 태양을 다스리는 태양신의 또 다른 모습” 쯤으로 예수를 이해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죽을 때까지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 = 태양의 지배자 = 태앙신의 또 다른 모습”으로 이해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는 로마 황실 즉 콘스탄티누스 황제 인근에 복음을 가르쳐 줄 사람이 없고 솔 인박투스의 사제들만 있는데서 기원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콘스탄티누스는 321년 Sunday 칙령을 발표하게 된다. 이 칙령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모든 재판관과 시민 그리고 기술자들은 존엄한 태양의 날에 쉬어야 한다. 그러나 시골 사람들은 방해받지 않고 농사일을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종종 이 날은 씨를 뿌리고 추수하기에 가장 알맞은 날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섭리에 의해 주어진 기회를 잃지 말아야 하는데 그 이유는 적절한 계절은 짧기 때문이다. 주후 321년 3월 7일” 이같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자유를 최초로 부여해 준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입장은 로마의 다른 황제들에게도 당연히 영향을 미치게 되었고 카톨릭의 탄생의 밑바탕이 되었을 뿐 아니라 정통 기독교 신앙을 지키려는 이들이 심한 핍박을 받게 된 계기가 되었다.
[작가 박현군 / 저서 “이건희의 고민”. 전 교회연합신문, 브레이크뉴스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