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콘스탄티누스의 뒤를 이어 서로마 황제가 된 테오도시우스 1세는 기독교인들이 핍박과 죽임을 당하면서도 신앙을 지키려 노력하는 모습과 시련 속에서도 교세가 확장되는 기독교의 생명력에 찬탄하게 되었고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욕심을 품기 시작했다.

테오도시우스 1세는 태양신 아폴로(솔 인빅투스)의 아들이자 사후 태양신의 직위를 이어받을 예비 태양신의 이미지를 버리는 대신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그리스도교의 제1사제의 지위를 탐냈다.

또한 테오도시우스 황제는 그리스도교의 교리인 “그리스도는 십자가 대속사역을 통해 모든 사람에게 구원을 주셨다. 죄인인 우리는 다만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를 구원하신 구세주라는 것을 의심없이 믿고 예수를 따르는 것만으로 구원을 받는다”라는 부분을 다음과 같이 수정을 원했다.

“그리스도는 십자가 대속사역을 통해 모든 사람을 구원해 주실 권한을 획득하셨다. 그리고 그리스도는 제1사도와 사제들을 사용하셔서 (혹은 통해) 모든 사람들을 죄와 사망에서 구원하신다. 죄인인 우리는 다만 사제들의 지도에 따라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를 구원하신 구세주라는 것을 의심없이 믿고 예수를 따르는 것만으로 구원을 받는다”라 하길 바란 것이다.

교리의 수정이 현실화된다면 데오도시우스는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사역에 직접 간섭할 수 있는 권위와 정당성을 갖고 있는 게 되어버린다. 즉, 데오도시우스는 자신의 정적, 적대세력을 견제할 수 있도록 ‘구원의 배제 및 파문권’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는 하나님 외의 인간에게 하나님 앞에서의 죄를 구속할 수 있는 존재가 하나 더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삼위일체’를 왜곡하며 부정하는 본질적인 문제를 가져오게 된다.

성경은 예수님은 삼위일체 하나님의 사람에 대한 구원, 징벌, 조명, 인도의 사역에 중간에서 유의미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어떠한 존재도 인정하지 않았다. 사도 바울은 “오직 예수 외에 다른 복음을 전하면 저주를 받을 것”이라고까지 선을 그었다. 데오도시우스의 수정요구는 기독교인들에게 있어 절대 수용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기독교를 이용해 권력을 장악하려 했던 테오도시우스 1세. (사진출처 : 위키피디아)

¶ 기독교교와 로마의 결별, 카톨릭의 탄생

데오도시우스 황제는 왜 기독교 국교화를 통해 정치적 야심을 이루고자 했을까?

당시 로마는 아우구스투스 가이사와 옥타비아누스 가이사가 이뤄낸 큰 영광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으며, 수많은 군벌들에 의해 수십 차례 황권이 바뀌는 일이 반복되었다. 마침내 로마는 동로마와 서로마로 쪼개졌을 뿐 아니라 역사상 전무후무한 ‘황제와 부황제의 동시 통치’라는 제도가 등장하기도 했다.

정치·군사적 혼란 속에서 로마의 경제·종교·사회는 점차 계급화, 부의 독점화되고 사회는 점차 활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시민의 정치적 권리란 사실상 사라졌고, 모든 시민들에게 최소한 보장되었던 부와 복지는 사라졌으며, 대지주와 대농장이 등장했고 달란트 금화의 속임수가 등장하였다.

이로 인해 로마의 군대는 점차 무기력하게 되었고, 시민들의 애국심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국민들이 희망을 잃고 군역과 납세 등의 의무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을 쳤고 순간의 쾌락과 개인적 이기주의를 추구하게 되면서 로마 전체가 서서히 활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로마가 이처럼 죽어가도록 만든 근본 원인은 정치·군사적 부재이지만, 로마를 죽어가게 한 가장 큰 암세포는 난립한 각종 종교세력들이었다.

로마는 본래 다양한 신들을 섬기는 다신종교 국가였지만, 종교의 세속적 권한은 그리 강하지 않았다. 로마 종교는 시민들의 자발적 헌신에 의해 유지되어왔을 뿐이며, 대토지, 대농장이 없이 모든 시민들이 동일하게 경제·사회적 의무와 혜택을 나누는 졍치·경제적 민주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로마에 대토지·대지주 경제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자본의 독점적 경제체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주도한 세력이 바로 로마의 기득권 종교세력이었다. 그들은 로마 황권다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그 혼란 속에서 로마제국의 토지 및 부의 독점적 점유율을 점차 높혀 나가기 시작했다.

로마의 권력을 온전히 장악한 황제들은 자신의 영도 아래 활력있는 로마의 옛 영광을 되찾기 원했다. 이를 위해서는 로마의 무질서한 종교들의 질서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었고 콘스탄티누스 이후 로마황제들은 그리스도교를 주목하게 된 것이다.

그리스도교는 근 300여년 간 온갖 핍박과 죽음의 형벌에도 불구하고 사라지기는 커녕 교세가 더욱 부흥하는 이해불가한 생명력을 보여줬다. 그리고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그리스도교의 신 그리스도가 다른 신들에 비해 우월하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증언했다.

이를 근거로 데오도시우스는 기독교의 강력한 힘을 이용하여 다른 종교들의 교권을 회수하고 그들이 쌓아놓은 부, 영향력, 자산들을 황제에게 되돌림으로서 강력한 황권을 확보할 계획을 세웠던 것이다. 이같은 계획 아래 데오도시우스는 321년 기독교를 로마의 유일 국교로 선포했다. 그리고 당시 교부들(기독교 지도자들)에게 자신의 요구(데오도시우스 자신에게 제1사제의 권위를 부여하고 예수님의 구원사역이 제1사제인 자신을 통해서 진행된다는 교리수정안)를 전달했는데, 도저히 받아들여질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거절당할 수밖에 없었다. 데오도시우스의 계획은 좌절되고 말았다.

[작가 박현군 / 저서 “이건희의 고민”. 전 교회연합신문, 전 브레이크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