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설명했듯 기독교의 제1사제 권위 부여를 거절당한 후 데오도시우스는 로마의 기독교 국교화 칙령을 무효화 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황권이 옥타비아누스 시절처럼 강력하지 않은 상황에서 제1사제직을 거절당한 수모가 알려지는 것도, 한번 내린 황제로서의 칙령을 아무 이유없이 그냥 거둬들이는 것도 황제의 권위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데오도시우스는 이를 갈며 화를 삭히면서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적 자유를 잠시 지켜보기로 했다. 이 때 데오도시우스에게 발빠르게 접근한 종교세력이 있었으니 바로 밀라노 칙령 이전까지 최고의 종교권력을 행사했던 태양신 솔 인빅투스의 사제들이었다.

이들은 태양신을 로마제국의 국교로 지정했던 아우렐리우스 황제 시절부터 강력하게 교세를 확장했다. 로마제국의 정치적 최고기관인 원로원을 사실상 장악했을 뿐 아니라 대농장을 소유하고 세금을 면제받는 특권을 통해 사실상 로마제국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세력이었다.

아우렐리우스 황제. 솔인빅투스 사제들은 이 시기에 힘을 얻었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그러나 데오도시우스의 기독교 국교화 칙령 이후 그 모든 종교적 권위를 빼앗긴 채 강제로 기독교회의 평신도가 될 수밖에 없었고 그동안 축적해왔던 대농장과 다수의 노예들도 빼앗길 위험에 직면했다.

아우렐리우스 황제 이후 쌓았던 화려한 영화와 권력을 기독교 국교화 이후에도 유지하기를 원했던 솔 인빅투스의 사제들과 자신의 칙령에 의해 로마의 유일종교화 된 기독교를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 아래 넣고 싶었던 데오도시우스의 이해가 맞아 떨어지자 이들의 암묵적 동맹이 체결되게 된다.

동맹의 내용은 솔 인빅투스의 옛 사제들이 국교화 된 기독교의 교권을 잡고 기독교의 교리를 좌우할 수 있는 권한을 먼저 획득해야 하며 데오도시우스는 이에 필요한 모든 도움을 전폭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이후 솔 인빅투스의 옛 사제들은 로마의 유일종교가 된 기독교의 교권을 잡은 후 데오도시우스에게 적극적으로 협력하여 강력한 지지세력이 된다는 것이다.

이후 로마황실은 기독교 내 솔 인빅투스 사제파를 전폭적이고 강력하게 후원했고 그 결과 솔 인빅투스의 옛 사제들은 기독교회의 교권을 잡는데 성공한다. 이 결과 로마 황실과 기독교회의 교권의 강력한 유착으로 기독교는 겉으로 더욱 강력해지고 발전하게 된다.

그러나 기독교 교회의 교권은 솔 인빅투스파 사제들, 즉 겉으로는 예수와 하나님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태양신의 교리를 따르는 거짓 지도자들이 로마 황실의 강력한 지지 아래 계속해서 교권을 이어가게 된다.

그리고 이들은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일반 성도들에게서 빼앗아 독점하고 성경의 해석과 기독교 교리를 마음대로 첨삭하는 등 그리스도의 말씀을 서서히 자신들의 입맛대로 수정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유지되고 있는 교황의 성경과 교리 수정 및 해석권이나 예수님의 구원사역을 간섭할 수 있는 막강한 영적 권위 등은 기독교회의 교권을 탈취한 솔 인빅투스 사제들이 데오도시우스 등 로마 황제에게 협력하고 그에게 종교적 권위를 부여하기 위해 만들어 낸 것이다.

솔 인빅투스 사제파들은 기독교회의 교권을 잡은 후 성경에도 없는 내용을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 낸다.

바티칸 공동묘지에 있는 솔 인빅투스의 모자이크. 그리스도는 솔인빅투스로 묘사되었다. (사진출처 : 위키피디아)

바로 제1사제가 성경의 해석의 권위를 독점하고 죄인인 사람들을 구원하시는 그리스도의 사역에 유의미한(특정인 혹은 특정세력을 구원사역의 대상에서 잠시 혹은 완전히 배제하거나 먼저 구원받게 하는 조언자 역할로) 간섭할 수 있다는 식의 논리다.

본래 이 주장에서 등장하는 제1사제는 데오도시우스와 솔 인빅투스 사제파들의 비밀협정에 의해 황제에게 헌정되어야 할 자리이다. 그러나 로마 황제의 자리가 수시로 바뀌는 등 혼란하고 권위가 실추되면서 제1사제의 자리를 황제에게 헌정하지 않고 솔 인빅투스 사제단 내에서 우두머리를 뽑아 그에게 제1사제를 부여해 오고 있는데 이 제1사제가 바로 교황인 것이다.

이는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는 참 신자들에게 거부될 수밖에 없었다.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고 여호와 하나님을 창조주라고 믿는 성도들은 솔 인빅투스 사제파들과 로마 황실이 결탁하여 진행되는 기독교회의 교리수정 및 상황들에 대해 불인정, 항의, 저항을 나타내며 갈등을 일으킬 수밖에 없게 된다.

이에 교권을 잡은 솔 인빅투스 사제파들은 교권을 근거로 참 성도들을 파문하고 핍박했고 로마 황실은 교권을 적극 지지하면서 참 성도들을 탄압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들은 그들끼리 모여서 그들만의 진실한 예배를 드리고 하나님의 말씀대로 하나님을 섬기기 시작했는데 이 것이 바로 수도원 운동의 시작이다. 그리고 로마와 결탁하여 기독교의 교권을 탈취해 만들어진 로마의 기독교가 바로 카톨릭인 것이다.

서로마 데오도시우스 황제 간 맺은 비밀협약은 서로마가 게르만 민족에 의해 멸망할 때까지 이어졌고 이같은 비밀협약은 동로마인 비잔틴제국에서도 이어진다. 교회는 비잔틴제국 황제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비잔틴제국은 교회의 권력을 인정하는 것이다. 서로마제국과의 관계에 비하면 그 유착도는 약했지만 솔 인빅투스파 사제들이 장악한 교회는 여전히 비잔틴제국 내에서도 유의미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결국 기독교는 로마황제에 의해 잔혹하게 탄압을 받다가 콘스탄티누스 황제에 의해 신앙의 자유를 잠시 찾은 듯 했지만 8년 간의 짧은 자유를 찾았을 뿐이고 그 후 더 큰 환란에 직면하며 숨게 되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참 신자들이 예수님을 공개적으로 마음껏 믿고 예수님을 하나님이라 증거하며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제약없이 읽을 수 있는 자유와 권리는 그로부터 1196년이나 지난 후에나 찾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바로 이것이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이다.

[작가 박현군 / 저서 “이건희의 고민”. 전 교회연합신문, 전 브레이크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