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5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2017 경기 로컬축산물 바비큐 마스터즈 여주대회’가 진행되었다. 이 대회에서 이색적인 볼거리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캠핑카에 뒤에 연결된 트레일러로 마치 증기기관차를 연상하게 하는 바비큐 장비였다. 이는 ‘바비큐 핏(pit)’이라는 장비로 ‘바비큐 트레일러’라 불리기도 한다. 2,000명 이상의 대규모 캠핑이나 축제 등의 바비큐 케이터링 서비스(catering service)가 가능한 장비다.

이 ‘바비큐 핏’은 지난 마스터즈 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했던 프로 바비큐어 노명구 씨의 개인소유품으로 바비큐 저변확대를 위한 퍼포먼스를 위해 바비큐 마스터즈 여주대회에 참여해 한 자리를 장식했다. 이하 10년 경력의 프로 바비큐어 노명구 씨와 일문일답이다.

자신의 바비큐 핏에서 조리가 완료된 닭다리를 꺼내는 노명구 프로 바비큐어 (사진: 윤준식 기자)

¶ 캠핑카와 함께한 ‘바비큐 핏’이 눈길을 끈다. 다들 얼마 주고 구입했는지 묻지 않는지?

☞ ‘바비큐 핏’ 자체는 2천만 원 정도 한다. 그러나 미국과 한국의 법이 달라 구조변경을 위한 비용이 그 비용만큼 더 들어간다. 바비큐 문화가 발달한 미국에선 가정용품으로 분류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차량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타이어 쇼바, 브레이크, 범퍼 등을 법적 규격에 맞춰 개조해야 하고, 번호판도 달아야 하며 가스설비와 안전장치 등을 추가해야 한다. 그러나 돈만 있다고 다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미국의 텍사스에서 맞춤제작한 후 L.A로 옮겨와 거기서 배편으로 한국으로 들여오게 되기 때문에 도입에 상당한 시간이 많이 들어간다. 한국에 도입된 적이 없어 축적된 노하우가 없는데다 미국식 바비큐와 한국식 바비큐가 다르다보니 개선작업을 꾸준히 해나가고 있다.

¶ 프로 바비큐어가 된 계기는?

☞ 원래 바비큐를 좋아했다. 처음에 취미로 시작했지만, 본격적인 일로 해보고자 미국으로 건너가 교육을 받았다. 교육받는 동안 자연스럽게 미국시장을 돌아보게 되었다. 커머셜 바비큐가 활성화되면 바비큐의 상품화를 통해 창업창직이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이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프로 바비큐어가 되었고 내 브랜드인 ‘DAS Bar-B-Q(다스 바비큐)’를 내 걸게 되었다. 독일어 DAS를 넣어 “이것이 바비큐다”라는 의미의 브랜드를 만들었다.

¶ 그런데 누구나 고기 굽는 것은 할 수 있지 않나? 그럼에도 프로 바비큐어가 필요한 이유는?

☞ 바비큐는 슬로우푸드다. 굽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닭다리 하나를 바비큐로 굽는데는 2시간이나 걸리는데 기름에 튀기기만하는 치킨점은 15분이면 조리가 끝난다. 바비큐에 시간이 걸리는 이유는 바비큐의 기본이 훈연이기 때문이다. 훈연의 과정이 만만치 않다. 고기 속의 수분을 유지하기 위해 은은하게 구워내야 하기 때문이다. 닭다리는 2시간 걸리지만, 돼지 전지살은 무려 13시간이 걸리다. 처음 초벌구이를 할 때는 7시간 동안 110~120도의 온도로 구워준다. 이 때 고기의 심부온도가 73에 달할 때까지 불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이렇게 초벌이 끝나면 종이나 호일을 감아 6시간 동안 익힌다. 이 과정에서 고기가 밖으로 내놓았던 육즙을 다시 흡수하며 부드러워지고 맛도 깊어간다. 여기에 시즈닝과 소금간 등을 해서 맛을 내면 완성이다.

그런데 누구나 지금 설명한 것처럼 할 수 없다. 우선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장시간을 투자해 조리를 할 수도 없고, 설령 그렇게 한다 하더라도 일정 수준에 도달하려면 아무렇게나 할 수 없다. 따라서 프로 바비큐어가 등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마치 증기기관차를 보는 듯한 '바비큐 핏' (사진: 윤준식 기자)

¶ 그냥 일반적인 고기 구이와 바비큐의 차이점은 뭔가?

☞ 그냥 고기를 구울 때는 불판에 바로 굽는데 바비큐는 훈연이 기본이다. 훈연이라는게 대류열로 고기를 익힌다는 것인데, 이를 잘 이용하면 고기 내부의 조직, 결이 살아있는 상태로 구워진다. 그냥 구이와는 다른 맛을 즐길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대신 13시간 동안 고기를 구울 수 있을 만큼의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 그러면 프로 바비큐어가 되려면 어떤 것이 필요할까?

☞ 시간, 기술, 열정이랄까? 우선 프로 바비큐어가 되기 위해서는 숙련을 위한 절대 시간이 필요하다. 적어도 고기 한 번을 구워먹기 위해 13시간 정도는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

¶ 그동안 바비큐 문화가 활성화되지 못했던 이유는 뭘까? 이를 개선하기 위한 포부가 있다면?

☞ 향신료 때문이다. 옛날에 이태원 등지에 텍사스 식 바비큐 가게가 생긴 적도 있었다. 그러나 텍사스 사람들 취향과 한국사람들 입맛이 같을 수 없었다. 당시에 훈연한 고기맛과 풍미도 처음이었고 향신료의 맛과 향에 적응하지 못해 실패했다. 그러나 최근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바비큐 문화가 확산되는 추세다. 특히 캠핑 족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어 비즈니스 바비큐가 활성화될 조짐도 보인다.

좀 더 바비큐 문화를 소개하고 홍보해 비즈니스 바비큐를 통해 창업창직이 활성화 되도록 하고 싶다. 포럼도 만들어 실험적인 테이크아웃 바비큐를 실현해 보려한다. 이를 위해 ‘바비큐 핏’을 끌고 유명 페스티벌이나 지방자치단체 축제에서 시연도 계속해보려고 한다.